독학으로 개발 공부를 한지도 일년 정도 되었다. 사실 프로그래밍 관련 국비지원 학원의 강의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, 수강생들은 빨리 배우고 빨리 취직한다는 점에서 학원에 솔깃한 적도 있었다. 그러나 자발적으로 새 분야에 발 들인 만큼 ‘개발은 언제나 즐겁게’ 모토를 지키기 위해 느리더라도 스스로 뛰어보고 싶었다.

혼자 하다보니 종종 공부에 소홀해지거나, 방황하는 경우가 생겼다.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을 해야할 지는 알겠는데, 일정에 기약이 없었다. 억지로라도 강제성을 부여해야겠다고 생각되었고, 그렇게 나의 스터디는 시작되었다. 그것도 두 개나.

  1. 개발과 전혀 상관 없는 동네 친구랑 맥주를 마시다가 친구가 ‘발전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’고 말했다. 나 역시 ‘스스로 게을러질까봐 무섭다’고 말했다. 우리는 갑자기 책을 사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.
  2.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만난 개발자 취준생들과 친목 그룹이 만들어졌다. 처음엔 격주로 만나서 2주간 달성한 개인 목표/성과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. 그러다 매주 스터디룸을 빌려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이 되었다.


1번 모임은 친구와 하는 스터디였지만, 공부를 안 해오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‘스터디 과제를 안했습니다’를 게재하는 무시무시한 벌칙이 걸려 있었다. 책을 보며 해당 범위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요약정리를 해오는 것이 과제였다. html/css 기초에 대한 책이었고, 태그 외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진행 되었다.

  • 책 읽으며 요약 정리 해오기 & 책 속 문제 풀기
  • 서로 시험 보는 것처럼 질문하기
  • html/css로 페이지 만들기 실습


2번 모임의 경우 프론트, 백, 앱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이 모였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공통되는 주제를 찾았다. 지난 4주에 걸쳐서는 git을 공부했고, 앞으로 몇 주간 sql을 공부하게 되었다. 일주일에 한번, 발표자가 해당 공부 범위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, 다같이 예제 코드나 실습을 통해 이해하는 3시간짜리 스터디가 이루어졌다. 발표자 덕분에 스터디가 진행이 되었고, 다 같이 공부해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.

  • 해당 범위 공부해오기, 발표자는 발표 준비
  • 발표를 진행하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나 참고할 사항 논의
  • 프로젝터로 화면을 보며 직접 실습


사실 나를 포함해 이들 중 누구도 이전에 스터디를 한 경험이 없었다. 하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일단 스터디 방식이 정해지고 몇 주 진행하니 체계가 잡혔다. 아마 나 혼자 했더라면 하다가 중간에 복잡해지는 부분에서 그만두었을 것 같다. 어렵거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같이 질문하고 풀어나가는 점, 그리고 스터디를 포기하지 않는 한 꼭 공부해야 한다는 점 에서 스터디의 의의가 빛을 발했다. 덧붙여 회사 면접 문제나 입사과제 등 정보를 공유하며 얻는 부가적인 도움도 있었다.

형식이 어떻든, 친구랑 하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하든, 모두가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정기적인 스터디는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. 왜 개발자 직장인 친구들이 토요일을 쪼개 가며 스터디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간다. 다 같이 모르는 것을 배우고, 실습 코드가 성공적인 결과를 반환할 때 얻는 이상한 희열감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.

[성실도]

성공한 것

  • 이번 주도 열심히. html/css 책은 조만간 끝이 날 것 같다.

실패한 것

  • 대신 ‘나는 스터디를 했다’라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어 공부량에 비해 얻는 자기 위안이 클 때가 있었다. 나의 게으름을 경계할 것이라면 이것도 경계해야겠다.

도달한 결론

  • 작심삼일 백 번이면 나를 일 년 굴릴 수 있다.